불꽃축제의 빛과 소음이 생태계에 끼치는 악영향

지난 108일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3년 만에 서울 불꽃놀이가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70여 분간 하늘을 수놓은 불꽃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여의도 한강 공원 일대에 살고 있던 야생동물들은 어땠을까.

마포구 당인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사이 한강에 있는 섬인 밤섬은 생태복원 사업을 벌여 2012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이 밤섬에는 멸종 위기종인 새매, 흰꼬리수리 등을 포함한 약 40여 종의 새가 1만 마리 관찰되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새들이 떼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유는 불꽃축제 때문이었다. 2015걸사이언티스트(GrrlScientist)라는 생태계 및 환경과 관련한 글을 기고하는 그룹의 샤몬-바라네 (Judy Shamoun-Baranes)는 새들이 불꽃을 피하고 불빛으로부터 달아나려 급하게 고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알아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들끼리의 질서가 무너지고 서로 충돌하여 수많은 새가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새들 역시 사람처럼 어둠 속에서 앞을 잘 볼 수 없다. 갑자기 밝은 빛을 마주한 새들이 공황을 일으키며 날아오르다 전선, 나무, 빌딩 등에 부딪혀 사망하는 일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까스로 생존한 새들이 있더라도 이후 안전한 장소를 찾아 야간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새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로마에서 불꽃놀이가 끝난 후 길거리에서 수백 마리의 새 사체가 발견되었다. 당시 국제 동물보호단체 (OLPA)는 불꽃축제 때문에 수백 마리의 새가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밝은 빛과 불꽃이 터질 때 발생하는 폭발음 등으로 놀란 새들이 갑자기 날아오르다 서로 충돌하거나 심장마비를 일으켰을 것으로 보았다.

매년 5, 10월 둘째 주 토요일은 세계 철새의 날이다. 세계 철새의 날은 이동성 물개와 서식지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2006이동성 야생동물보호 협약 (CMS)아프리카-유라시아 이동성 물새 협정(AEWA)가 지정한 국제기념일이다. 세계 철새의 날 올해의 슬로건은 새들의 밤을 위해 불을 꺼주세요! (Dim the Lights for Birds at Night!)"였다. 새들을 위해 세계에서 불을 꺼달라 호소했던 날, 우리는 하늘을 밝혔다. 사람에게는 즐겁지만, 새들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는 불꽃놀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정기자 김하영 kimhayoung08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