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카페의 인문학

 

김기동(관광경영과 부교수)

원두커피와 믹스커피: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려 한다. 점심 값보다 비싼 커피도 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치워야하기도 한다. 이러한 규칙에 말 한마디 못한다. 인내심도 필요하다. 아메리카노, 캬라멜마끼야또, 아포카토 등등. 각자의 요구가 다양하다. 그러나 커피믹스는 다르다. ‘커피믹스 마실 분~~’하면 그냥 손을 든다. 커피에는 이러한 두가지 자아정체성이 존재한다. 커피전문점에서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나타내려고 하지만, 커피믹스에서는 자아정체성을 거의 찾을 수 없다. 결국, 원두커피는 각자의 세계가 있고, 커피믹스에서는 “튀면 안돼”라는 일반화가 존재한다.

 

카페란:

커피전문점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일 뿐 아니라 ‘혼자있고 싶지만 자신을 이해해 줄 동지가 필요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수 많은 카페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동지를 만날 수 있는 카페가 몇 개나 될까요?

이것이 바로 곳곳에 카페가 생기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카페는 커피와 각종 음료, 간식을 파는 음식점 같아 보이지만 동시에 공간을 임대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문화에서 파생된 카페가 한국에서도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주고 있는 것입니다.

 

커피와 식민지, 아편전쟁:

유럽 최초의 커피점은 1650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생겼습니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차를 더 마십니다. 그 이유는 영국은 커피를 재배할 식민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커피를 대체할 음료가 필요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프랑스는 카리브연안에, 네델란드는 인도네시아에 커피 농장을 만들었습니다. 영국인들이 커피를 마실수록 프랑스나 네덜란드에 돈을 바치는 꼴이었기 때문이죠.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서는 아편이 생산되었고 중국에는 대규모 차 농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국은 인도산 아편을 중국에 팔고 중국산 차를 샀습니다. 중국인들이 아편을 매우 좋아하니까 영국은 아편 값을 인상하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영국은 싸게 중국 차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커피의 반값으로 차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결국 아편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커피와 노예:

아프리카 에티오피피아에서 재배되던 커피가 유럽 열강의 손에 의해 남아메리카로 넘어옵니다. 남아메리카에 플랜테이션이라고 하는 대규모 커피 농장이 생기면서 노예가 늘어났습니다. 아프리카 노예하면 보통 미국을 떠올리잖아요? 북아메리카의 아프리카 노예가 총 50만 명이었는데 브라질에는 커피 재배를 위해 200년 동안 300만명, 설탕 재배를 위해서는 무려 500만 명이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수입되었습니다. 지금도 브라질에서는 이들의 후손인 흑인 혼열들이 빈곤하게 삽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부자는 세계 최고의 부자고 가난한 사람들은 아프리카 극빈층보다 더 가난하다고 합니다.

 

커피와 문명발달:

커피는 각성효과가 있어 정신을 맑게 하고, 집중력을 향상 시킵니다. 유럽은 커피로 인하여 달라졌습니다. 16세기 유럽, 아침식사는 맥주에 달걀을 넣어 되직하게 만든 뒤 빵 위에 부어 먹었습니다. 북유럽 사람들은 맥주를 하루 평균 3리터나 마셨다고 합니다. 일반인, 정치인, 군인, 교황까지 하루를 얼큰하게 시작하였죠. 이러한 습관은 커피로 인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유럽은 숙취에서 깨어나 문명이 발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커피와 정치:

오스만 제국의 술탄(지금의 터키)은 커피점을 금지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면 맑은 정신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정치이야기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정치적인 의견을 나눌수록 민주주의가 싹틉니다. 그러나 술탄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눈에 띄면 목을 날려버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커피를 금지시킨 술탄은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커피와 음식문화:

커피는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영국, 미국에 광적으로 좋아한다. 그래서 커피를 즐기는 취향도 나라마다 다르다. 프랑스인들은 카페오레를 일컬어 “ 프랑스에서는 카페오레와 크루와상이 없으면 결코 아침이 오지 않는다”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 ‘카푸치노’이다.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어로 ‘급행’을 뜻한다. 이탈리아에서 ‘카페’라고 주문하면 에스프레소를 준다. 왜냐면 주문 즉시 서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스프레소는 카운터에서 단숨에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