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 씨

영화 친절한 금자 씨는 살인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간 한 여자가 13 년간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복수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친절한 금자 씨'라는 제목과 달리 주인공 이 금자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백한상의 협박으로 교도소에 가게 된 금자는 복수를 위해 천사의 탈을 쓰고, 교도소 동기들에게 복수를 도움 받는다. 금자는 백한상이 원모를 죽이는데 도움을 준 것에 대한 죄책감을 나눠 갖기 위해 주변 사람을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어찌 보면 그녀는 친절이란 말보단 마녀란 말이 더 어울린다.

하지만 정말 나쁜 사람은 백한상이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진 금자에게 친절을 베풀다 나중엔 금자가 유괴를 돕게 만든다. 백한상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아이들을 유괴하고, 이유 없이 그들을 죽였다. 마지막에 금자는 백한상에게 유괴 당했던 아이들의 부모를 모아서 백한상에게 복수를 하도록 돕는다. 결국 피해 어린이의 부모들은 백한상을 잔인하게 죽인다.

높은 사회적 지위와 교양 있었던 부모들이 백한상 앞에서 눈빛이 변한 채 잔인하게 고통을 주는 모습을 보며 저런 악인을 죽여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백한상이 피에 젖어 있는 모습은 통쾌했다. 그가 온몸이 묶인 채 무서워하는 모습도 그다지 불쌍해 보이지 않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이 영화는 잔인한 장면이 주를 이루지만 금자의 딸 제니를 등장시킴으로써 가슴 아픈 이야기도 다룬다.

내가 가장 슬펐던 장면은 금자가 딸 제니에게 입양 보낸 사실에 대해 미안함을 토로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범죄의 나비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백한상이 아이들을 유괴하고 죽였지만 금자가 대신 벌을 받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제니는 엄마를 잃었다. 아무런 죄 없는 제니가 백한상으로 인해 엄마를 원망하며 아팠던 것을 생각해보면 금자는 그에 대한 죗값을 충분히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금자는 백한상의 피해자 원모를 향해 끊임없이 참회의 기도를 올린다. 백한상에게 재갈을 물리고 모든 복수를 끝마치던 날, 꿈에 나온 원모는 금자의 입에 또 다른 재갈을 물린다. 원모가 자신을 용서해 줄 것이며, 원모의 용서로 완벽한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금자의 믿음이 무너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금자는 꿈에 그리던 복수를 성공했지만 활짝 웃지 못한다. 백한상의 얼굴에 몇 발의 총알을 쏜 뒤 지었던 금자의 표정은 복수로 얼룩졌던 지난 시간에 대한 원망 같았다. 그래서 더욱 그녀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금자는 일종의 속죄 행위로서 복수를 해왔다. 하지만 원모는 그런 그녀의 복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영화는 '복수는 좋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겐 복수가 나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금자의 일생이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금자도 원모와 같은 피해자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