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참 빠르다. 대학교 1학년이었던 내가 어느덧 4학년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학교생활이 많이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똑같은 쳇바퀴를 돌고 도는 생활의 반복을 계속했다. 학교수업에 허겁지겁 쫒기다 3학년 겨울방학이 되었고, 또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방학도 똑같이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한마디로 무료했다. 똑같았다. 하품만 나왔다.

나에게 ‘쉼’을 줄 때가 온 것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작정 여행을 가자했다. 그렇게 난 제주도 비행기를 올라탔다. 대책 없이 그렇게 나의 첫 여행은 시작되었다. 저녁이 다 돼서야 도착한 제주도. 짙고 푸른 제주도의 하늘, 제주도의 아기자기한 돌담길, 유채꽃, 눈을 감으면 들리는 출렁거리는 파도소리. 내가 진정 제주도로 온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3박 4일 일정으로 첫 날에는 게스트하우스 근처 길을 걸어서 다녀보고, 둘째 날에는 한라산 등반, 셋째 날에는 제주 아쿠아리움, 제주 동문시장, 넷째 날에는 제주 올레길 투어를 다녀왔다. 바쁘게 이곳저곳 관광하기 보다는 힐링의 개념으로 왔기 때문에 한 장소를 다녀올 때마다 마음으로 그곳을 담아오기 바빴던 것 같다. 친구와 크게 수다 떨면서 놀기보다는 느끼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기에 최대한 난 그곳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았다.

여행의 색다른 묘미는 친구와 더 두터워진다는 점이다. 나는 가장 마음이 잘 맞고 친하다는 친구와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 친구와는 쿵짝이 잘 맞는다고 자부한 편이였는데 이렇게 둘이서 모든 것을 함께 하다 보니 특별히 투닥 거리진 않았지만, 서로 마음속으로 소원해지는 것이 생겨버렸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같이 있으면 싸우고 온다는 얘기가 맞는 것이다. 저녁에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소원했던 점도 풀기도 했다. 그러면서 더 가까워 진거 같다. 가족들만 아는 내 모습을 이 친구가 알게 되었으니 서로 불편을 느끼기도 했지만, 더 가까워지고,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 되어 감사함을 느끼게 된 시간이 된 것 같다.

인생은 미완성이다. 그리다 만 그림. 그 그림을 채울 때 풍요롭게 채우는 방법. 여행! 여행은 재미있고 멋진 경치를 감상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중간 중간 예상치 못한 일도 함께 겪으면서 나를 더 배우는 방법이다. 내 첫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무작정 떠난 제주도여행은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몰랐던 나를 만났다. 일상생활의 고단함, 빡빡함 등에 얽매어있었던 나에게 재촉하던 그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힘을 얻게 해주는 자그마한 터닝 포인트인 여행. 거창하게 꼭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가까운 이 강릉에서 새로운 그림을 채우고 오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