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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눈에 비친 인간이라는 작은 지옥
최은지  |  dnfrudtlrd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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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호] 승인 2019.02.02  09: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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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는 작품들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김영하의 산문집 ‘보다’는 총 4부작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우리는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키워드로 묶일 수 있는, 우리가 살고있는 이 사회를 정확하게 관통해내는 글들을 만나게 된다. 김영하의 시선은 어느덧 불평등한 대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둔화되어버린 우리는 감각을 날카롭게 뒤흔든다. 이 산문집의 맨 앞에 놓여 있는 ‘시간 도둑’에서 그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절대적 조건으로서의 ‘시간’ 역시 사회적 불평등 현상으로부터 예외가 아님을 간파해낸다. 그는 우리가 익숙하게 만나는 풍경들, 지하철 안에서 무가지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람들의 모습으로부터 계급, 계층에 따라 불균등하게 형성되어가는 시간을 발견해내고 이러한 시대에 어떻게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지켜낼 것인가 묻는다. 2부와 3부에서는 소설과 영화를 지렛대 삼아 복잡한 인간의 내면과 불투명한 삶을 비추는 그의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영화 <그래비티>와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겹쳐놓으며 삶과 죽음에 대하 근복적인 성찰을 보여주는 ‘어차피 죽을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유’,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와 고전 <오디세이아>를 오가며 작가의 존재 의미를 역설하는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등 텍스트와 현실을 자유롭게 오가는 그의 시선은 경쾌하면서도 그 무게를 잃지 않는다. 4분에서는 좀 더 미세하게 우리가 사는 사회를 들여다본다. 1부에서의 시선이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비롯되었다면 4부에서의 시선은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차원에서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옷 대신 그 자리에 책을 놓고 책이라는 상품의 미래를 묻는다(패스트패션 시대의 책). 누구도 값을 내리라고 요구하지 않는 명품 시계와 비교하며, 그는 책이 필수품이기에 가격 항의에 시달린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그는 책이 한정된 독자에게 비싼 값으로 팔리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루하고 쾌적한 천국”이 아니라 “흥미로운 지옥”을 선택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렇듯 작가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사회 현상들을 때론 무릎을 치게 하는 촌철살인으로, 때론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유쾌하게 풀어낸다.
최근 나영석PD의 예능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으로 더 유명해진 김영하 작가의 2014년 발간된 첫번째 산문집이다. 4년간의 뉴욕생활을 마친 후 2012년 귀국한 김영하 작가의 눈에 비친 우리 산회의 다양한 풍경들, 어두운 단면들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을 적었다. 주제별로 3~4페이지 정도라 부담 없이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담겨있다.
바쁜 생활을 하는 직장인, 학생들이 읽기에 딱 적합한 옴니버스 형식으로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매일이 틀에 박혀 산다고 생각 된다면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이라는 것을 다른 시선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와 더불어 같이 읽으면 좋은 작가의 또 다른 산문집 ‘말하다’와 ‘읽다’도 함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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