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되기 위한 꿈을 품고 간호학과에 입학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난 5월의 봄. 나이팅게일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나이팅게일이 태어난 5월 12일에 맞추어 5월 10일 나이팅게일 선서식 일정이 잡혔다. 아직 배움도 적은 터라 ‘벌써 선서식을 할 때가 왔나’하는 생각에 조금은 어리둥절했다. 일정이 잡히고, 실습복도 입어보고 하는 사이, 훌쩍 앞으로 다가온 나이팅게일 선서식. 나이팅게일 선서문을 외우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일생을 의롭게 살아야 하며 생명을 아껴야 하고,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나의 발전도 도모해야 하며 사람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삶을 살겠다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 자신과 그리고 하나님께 약속을 해야 하는 만큼 선서문의 한줄 한 줄이 어찌나 무겁게 느껴지던지.

선서식 하루 전날. 긴장과 떨림 속에서 리허설이 시작됐다. 실습복에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지니 나도 모르게 자세를 바르게 하게 되고 집중하여 열심히 하게 됐다. 어리둥절함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간호를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는 나의 모습이 새삼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나이팅게일 선서식 날이 다가왔다.

날씨는 그리 화창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이미 꽃으로 둘러싸인 듯 설렘과 흥분감이 가득했다. 머리도 다시 매만지게 되고 옷매무새도 다시 정돈하게 되고. 이제 나는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시는 교수님들 앞에서, 함께 공부를 하는 학우들 앞에서,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축하해주러 오신 모든 분들 앞에서, 그리고 항상 함께하시는 하나님에게 평생을 생명을 존중하며 살겠노라하고 약속을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나이팅게일 선서식이 시작되고 얼마 후, 촛대에 불을 점화하고 선서문을 외우는 순간. 왜인지 모르게 가슴이 복받쳐 올랐다. 이제 정말 나도 사람의 생명을 나의 이 두 손으로 존중하며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그동안 잘 돌보지 않았던 손을 나도 모르게 쓰다듬게 되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나의 손끝에 달린 생명의 무게감을 느껴보았다.

사실 어머니께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한다고 말씀 드렸을 때, 어머니께서 “무슨 벌써 나이팅게일 선서식이냐?”며 반문하셨다. 이처럼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어떤 사람들은 아직 간호사가 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하느냐 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다. 실습을 나가서 배우는 동안은 책이 교과서가 아닌 대상자와 간호사가 우리의 교과서가 되는 셈이다. 그러니 나이팅게일의 정신을 배우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고 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 안에서 공부를 잘해서 성적이 잘 나와 좋은 병원에 취직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간호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간호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생명에 대한 존중을 모르고서는 좋은 간호를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기계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니까.

나의 생명이 소중한 것처럼, 타인의 생명도 소중이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참으로 당연하지만 쉽게 잊고 사는 간호의 근본을 깨달을 수 있었던 나이팅게일 선서식. 그날 느꼈던 설렘, 책임감, 그리고 생명에 대한 마음가짐. 실습을 나가서 뿐만 아니라 평생을 간호직에 종사하면서 절대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