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연(15학번, 간호학과)

「내 친구 수진이 에게」

요즘 휴학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네가 생각이 나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어.

어쩌면 남들 다 하는 고민일 수도 있지만 유난히 힘들어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편지를 안 쓸 수가 없더라. 원하고 바라서 들어온 간호학과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휴학을 고민하는 너의 고민이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았어. 남들보다 늦는 게 무섭고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불안하고 두렵겠지만 나는 네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너만 늦는다는 것 때문에 휴학을 고민하는 거겠지만 남들보다 늦는 게 마냥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누구보다 천천히 차분하게 자기가 직접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걷는 것이 아니라 기어가듯이 사는 사람도 많아. 이 나이엔 남들 다하니까 나도 이거 하고, 이때는 남들도 다 하니까 나도 저거하고. 남들 사는 기준에 나를 맞춰서 살다 보면 내 일에 대해서 적극적이기 보다는 소극적이고, 능동적이기 보단 수동적으로 살게 된다고 생각해. 네가 그런 모습으로 주눅 들어서 어깨도 못 펴고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 마음 아플 것 같아. 휴학해도 나는 네가 잘 해낼 거라고 믿어.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남들도 다 그런 생각을 할 거야. 네가 어떤 생각을 하든지 너의 선택에 대해 네가 불안하지 않게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존중해주고 싶어. 이 세상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정말 많아. 선택의 기회도 없이 무력감으로 채워가면서 하루하루 힘들게 지내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네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간호학과가 안 맞는 것 같고 수전증이나 주사기가 무서워서 요즘 많이 후회하고 있는데, 너무너무 아끼는 내 친구 수진아, 뛰지 못하면 걸어서, 걷지 못하면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아득 바득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힘든 일이 있어도 악으로 깡으로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할 거라고 믿어!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려는 것보다 조금은 특이하고 특별하게 하나하나 채워가고 만들어간다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너무 고민하지 말고 정말 힘들 때에는 뛰다가 걷다가 기다가 멈춰서 주위 한번 둘러보고 숨 한번 고르면서 차분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항상 응원할게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