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로 가는 길

-웨딩산업과 교수 이영애

 

이번 2015년, 여름방학에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스페인어로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El Camino de Santiago)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스페인 북서부 Calicia 지방에 위치한 도시로, 교황 레오 3세가 이곳을 성지로 지정함에 따라 로마, 예루살렘과 함께 가톨릭의 3대 순례지로 꼽힌다. 산티아고는 스페인어로 예수님의 12사도 중 성(St.)야고보의 이름을 말하며, 콤포스텔라는 라틴어로 별 또는 묘장을 의미하여 콤포스텔라는 흔히 ‘별들의 벌판’으로 부른다.

이번에 내가 출발한 코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로(파리드골공항 도착 후 1박-몽빠르나스역에서 4시간 TGV기차로 이동-바욘역 하차하여 버스타고 생장(St. Jean-Pied-de-Por)으로 이동)온종일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코스였다. 생장에 도착해서도 순례자 사무실에 가서 크레덴시알(Credencial del Peregrino)이라는 순례자 전용여권을 발급받아 순례지에 있는 Albergue(까미노길의 모든 숙소)나 일부 성당에서 순례를 확인해 주는 스탬프를 받아야 다음날부터 순례를 할 수 있었다.

다음날 프랑스와 스페인의 지형적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산맥을 약 9시간 넘게 헉헉거리며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했고 몇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수도원에서 1박을 하였다. 이 길을 ‘Camino de frances’이라고 부른다. 이 코스는 St 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하여 Camino de Compostela에 이르는 약 807Km의 순례길이다.

도보로 하는 순례 기간은 보통 약 30일이 걸리며, 전체 여행 기간은 입출국을 포함하여 35일에서 40일 정도가 소요된다. 하루에 평균 6~8시간씩 25~35km를 걸어가야 하므로 배낭은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

이 길을 걷기위해 새벽 문을 나서면 새파란 하늘에 허브 꽃향기가 코를 찌르고 메세타평야 끝없이 펼쳐지는 밀밭 옆엔 주황색 양귀비꽃과 보라색 스카비오사꽃이 지천으로 피어있어 눈을 황홀하게하고 나무숲에선 아름다운 새소리가 나그네의 시름을 달래주는 천국이었다, 하지만 걷기시작 15일 후 33.3Km를 걷는 그날은 달랐다. 마지막 17km구간은 인가는 물론 가로수 하나 없는 악명 높은 'Calzadilla de la Cueza '라는 마을을 지나야하는데 작열하는 태양 아래 39도를 웃도는 날씨 속에서 앞뒤 인적이 끊어진 들판을 물 한방울도 없이 몇 시간씩을 걸어야 할 때는 아지랑이가 피듯 눈앞이 흐려지며 ‘아 이런 광야에서 죽어간 수많은 순례자처럼 나도 가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난생처음 하느님 앞에 엉엉 울며 진솔한 고백성사를 하기도 했다. 성경에 나오던 뜨거운 지옥에서 물 한 방울을 구걸하던 그 사람의 타는 갈증을 체험한 연옥이었고, 무리하게 걷다가 힘이 빠져 휘청하며 무릎 십자인대가 늘어나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못 디딜 정도로 다리를 다쳤어도 병원은 물론 버스나 택시도 큰 도시를 지나갈 때에만 있어 고통을 견디어 내며 계속 앞으로 전진해야만 하는,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No way out!인 지옥이었다.

매일아침 저녁, 유럽은 물론, 미국, 케나다, 아르헨티나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지구촌 순례객들과 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Why you here?“/”I don't know why I here... But end of the road , I'd like to know... who am I ~~“ 나 역시 그 길 끝엔 모두가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그리운 고향으로 회귀하는 길이 되겠지. 온몸에 화상, 땀띠, 배탈, 새끼발톱 두 개가 빠지고, 십자인대에 금이 가 쩔뚝이가 되어 돌아왔지만, 오늘 학교 컴퓨터 앞에서 턱 괴고 생각해보니 36일간의 세월이 마치 하룻밤 일장춘몽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하루가 드라마틱했었다.

눈을 감고 다시 그려본 내 기억 속에 ‘까미노’ 길은 힘들었지만 행복했고 혼자 걷는 길이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던 좋았던 길이었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