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간호사 임신 순번제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우리는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기위해 국영수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다. 도덕과 윤리는 과목으로 쳐주지도 않는 요즘 사회에서 상식적인 도덕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을까. 매스미디어의 뉴스 소식은 부조리하고 비도덕적인 사건들로 가득차고 그것을 듣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평범한 학교에서 평범한 성적으로 간호학과에 온 우리들은, 적어도 나는 이런 사회와 동떨어져있는 곳에서 평화롭게 지내는 줄 알았다.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마냥 최근에 있던 사건은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간호사 임신순번제, 말 그대로 간호사들 사이에서 임신에 순서를 두는 제도이다. 만일 자기 순서가 아닌데 임신을 한 경우, 다른 간호사들의 갖은 질책과 폭언을 듣게 되고 심한 경우 임신중절수술까지 권유받는다고 한다. 임상에 나가있는 간호사 5명 중 1명은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고 실제로 아이를 지우거나 임신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OECD 가입국 중 최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에서 이러한 출산 저해 제도가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다니, 심지어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에서 일어났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몇 년 전부터 문제되고 있던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력 배치 부족 때문이다. 간호사가 임신을 함으로써 하지 못하게 된 일들은 고스란히 다른 간호사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안 그래도 업무량이 많은 간호사들은 가중되는 업무로 인해 크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게다가 다른 직업과는 달리 간호사의 대부분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임신으로 인한 인력의 부재는 더욱 치명적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지켜야할 선이 있다.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보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선을 넘어선 윤리문제는 이번 일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간호학과 학생은 병원에 나가기 전에 나이팅게일 선서식이라는 것을 한다. 이는 예비 간호인으로서 나이팅게일이 행했던 봉사와 헌신을 본받고, 간호의 의미를 다잡는 의식으로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 선서문 중에는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을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내용이 있다. 의료인으로서 사회에게 나가기 전 했던 선서를 환자 앞에선 지키면서 정작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는 싸늘한 이 사태가 씁쓸하기만 하다.

빠르면 2년 후, 나와 내 친구들의 직장이 될 병원.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잊고 단순히 일만 하는 이에겐 비전이 없다. 손익을 따지기 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간미와 윤리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